사랑하고 있으니,나와 함께 살아주세요
'산다는 것은,먹는 것'
'먹을 수 있는 것은,사는 것'
인간이 인간을 먹는 것이 상식인 세계에서 절대로 인육을 먹지 못하는 채식주의자 이치마츠(23)와 이치마츠에게 먹히기위해 출하된 카라마츠(15)의 이야기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인간이 인간을 먹는 묘사가 있습니다.민감하신분은 주의해주세요.
인간은 식량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인간의 전체인구중 8할은 식용이다.
지금 나의 눈앞에 있는 이 카라마츠도 나에게 먹히기 위해 이곳으로 온것이다.
첫째 날
그것은 청천벽력이었다.
"이치마츠~횽아라구~"
그날,오래간만의 휴일을 잠으로 보내던 나를 찾아온 것은 친형인 오소마츠였다.물론 만날 약속따윈 하지않았다.이 사람은 항상 폭풍처럼
찾아와서는 회오리바람처럼 나의 집을 휩쓸다,해일이 쓸듯 돌아간다.반드시 오늘도 귀찮은일을 들고왔음에 틀림없을것이다.
현관문을 쾅쾅거리며 세게 두드리는 소리가들린다.빨리 열어줘 이치마츠~,벌써 햇님이 저 높게까지 떴다구우.
쓸데없는 참견이다.휴일에 내가 태양이 하루 중 가장 높이 올라간 시간대에 깨어나지 못했다고해도 그것은 평소 사축에 공장에서 일하는 나의 얼마되지않는 자유이다.모처럼의 휴일쯤은 실컷 자게해달라고 썩을 형.
그렇다고해도 현관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멈추지않는다.쾅쾅쾅쾅.오히려 점점 더 강해지는 느낌이다.아마 그사람이니까 이대로라면
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올 수도 있다.나는 할 수 없이 삼십일만에 찾아온 휴일을 빌어먹을 형에게 바치는 것으로 정했다.
"뭐야 정말,역시 있었잖아.안에 있으면서 없는척하다니 너무하지않아~?"
너무한쪽은,시끄러운 노크소리로 동생의 간만의 잠을 방해한 오소마츠형쪽이다.집안으로 들여보내면 한창 뻐기다 갈 것이 뻔하니 오소마츠형을 방 안에 들이지 않도록 문밖으로 얼굴만 내밀기로했다.
"무슨 일?나 삼십일만의 휴일인데,볼일 있으면 빨리 해"
"변함없네~이치마츠는.나말야 이래뵈도 동생 걱정하고 있다고?너 그 공장에서 일한뒤로 제대로 밥 안 먹게 됐잖아.원래 고기를 먹지않는
베지터리언이었는데,지금은 채소도 제대로 안먹고"
"...그런거 내마음이잖아"
휴일에 사전약속없이 찾아오더니,이번에는 내 식생활에 관해 잔소리를 털어놓는다.이 사람은 엉뚱한데서 참견이 심한면이 있다고생각하면
또 무관심해 잘 모르겠다.거기에다 갑자기 예상도 못한 일을 아차하는새에 저질러버리는 대담함도 지니고 있으니 방심할 수도 없다.
내 인생은 이 형에 의해 몇번씩이나 휘둘려져왔고,오늘도 이와 같은것이다.
"그런 너덜너덜비틀비틀 이치마츠군에게,카리스마 레전드 오소마츠님으로부터의 선물이 있습니~다!"
돌연 오소마츠형이 현관문을 턱 잡았다.문에서 얼굴만 내놓고 있던 나는 황급히 얼굴을 뒤로 물렸다.그와 동시에 형이 힘차게 문을 열었다.
열린 문 저편에는 한명의 소년이 서있었다.
"짜-잔!식용인간인 카라마츠군입니다!자 카라마츠,인사 인사"
"아,처,처음뵙겠습니다!식용인간인 카라마츠에요!저기,나이는 열다섯살로,마침 제철을 맞았어요!아무쪼록 저를 드셔주세요!"
오소마츠형 옆에 서있는 카라마츠라고 밝힌 소년은 빠르게 말하더니 깊이 고개를 숙였다.목에 걸린 카우벨이 딸랑하고 소리를 냈다.
그런 소년의 머리를 오소마츠형이 슥슥 쓰다듬었다.
"귀엽지~?살집도 괜찮고,비쌌다고?뭐 그래도 이치마츠의 편식이 낫는다면 싼거지.하하"
오소마츠형의 웃음소리는 어중간한 길이에 끊겼다.크게 웃는 형을 내가 힘껏 때렸기때문이다.가까운 거리에서 혼신의 일격을 당한 형은
일미터 뒤로 넘어져 큰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카라마츠라고 소개한 소년은 힉,하고 소리를 내며 오소마츠형에게 달려갔다.쭈그리고 앉아 오소마츠를 흔드는 소년에게서,딸랑딸랑
종소리가 울렸다.
*
우리 인간이 인간을 먹은지 벌써 3백년 가까이 지났다.
3백년 전 전세계에 대기근이 덮쳤다.초목은 시들고 먹이를 얻지 못하는 가축들은 차례로 멸종했고 인류는 대규모 식량부족에 빠졌다.
지금은 슈퍼에서 썩을정도로 쌀도 채소도 있지만,당시에는 보는 것만으로도 기적에 가까웠다.
식량부족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인간은 늘어났다.줄어드는 식량과 늘어나는 인간.전 세계는 싸움이 끊이지않고 각지에서는 전쟁이 일어났다.
그런 때,한 뉴스가 세계를 움직였다.인간을 먹은 남자가 체포된 것이다.길을 가는 사람을 닥치는 대로 죽이고 그 고기를 먹은 남자는 일반
가정의 아버지였다.배고픔에 굶주리는 가족을 어떻게든 살리기 위해,그는 인간을 죽이고 그 고기의 정체를 숨긴채 가족들에게 먹였다고
한다.남자는 보도기관의 앞에서 가족을 지키기위해 어쩔수없었다고 진술했다.그리고 그 후 그의 한마디가 세계의 이치를 완전히 바꿔버린 것
이다.
"고기는 맛있다.그것은 바뀌지않는 사실이다."
그 남자의 말로 인류는 잊어버린 고기의 맛을 떠올렸다.그리고 전 세계에서 식인이 유행했고,주로 힘 없는 젊은여성과 어린아이들이 희생
되었다.세계각국이 사람들의 갑작스러운 기행을 멈추려고 했지만 고기의 맛을 떠올린 인간의 욕심을 막지 못했다.일찍이 이 세계에서의
윤리와 정의라고 불리던것이 일체의 의미를 이루지 못했다.
그런 상태가 수십년정도 이어지면서 당시 선진국으로 불리던 나라의 정부가 어느 법을 시행시켰다.형태를 바꾸면서도 그것을 이어가는,식용인간법이다.
정부는 인간을 식용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분류했다.학력,체력,심지어 예술면에서 우수한 사람을 선별해 그것을 '인간'으로 그 외를 '식용인간'이라고 칭했다.식용인간은 자신들이 식량이 되는것을 알지 못한채 공장이라고 불리는 격리장에 끌려가,그곳으로부터 자신들은
인간이 아니라 식용고기,즉 인간의 가축으로 사육되는 것을 알게된다.물론 도망치는 것도 있고.저항하는 것도 있었다.그때의 공장은
아비규환에 휩싸여 낮에도 밤에도 비명과 울음소리가 메아리쳤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3백년전의 일이다.지금의 식용인간들은 자신이 식량으로써 인간에게 먹히는 것에 슬픔과 분노등을 느끼지 못한다.
정부의 꾸준한 노력으로 공장안에서의 식용인간들은 수백년의 시간이 들여 완벽하게 세뇌되었다.자신들은 인간님에게 먹히기 위해서 살고
있어!그것이야 말로 지상의 기쁨이야!라면서
"너의 그 손 먼저 나오는 버릇 고치는게 좋다고 횽아는 생각하는데"
1LDK의 좁고 낡은방의 중심에서 책상다리를 하며 볼을 부풀리고있는 것은 유감스럽게도 나의 형이다.붉게 부은 뺨은.뭐,내 탓이다.물론 사과할 생각은 털끝만치도 없다.
"그건 맞을만 했잖아.난 고기는 먹지않아"
"알고있어.너 어릴때 고기먹었을때,엄청 토했으니까.그 이후로부터 채소만 먹고"
"알고있으면서 왜 그 녀석 데리고온거야"
그 녀석.즉,오소마츠형 곁에 붙어 새빨갛게 부은 볼을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는 이 소년이다.
"그 녀석이 아니야.제대로 이름이 있는걸.그치-카라마츠"
"아아!나의 이름은 카라마츠다!제대로 이름을 불러줬으면 좋겠군 이치마츠씨!"
생글,둥글게 눈동자를 이쪽으로 돌리고 웃으면서 말하는 소년,카라마츠.짧은흑발,하얀 티셔츠에 하프팬츠를 입고있는 그는 어딜봐도 평범한 인간이다.단지 하나 다른사람들과 다른 곳은 가늘고 흰 목에 주먹만한 크기의 카우벨이 달려있는 점이다.게다가 이 녀석 겉모습만 봐도 머리가 나빠보인다.
"3백년 전에 고기로 사육된 가축...돼지라는게 있었잖아?옛날에 말야.그 돼지를 학교의 교실에 두고 학생들에게 키우게 시킨 선생님이 있었대"
"하?갑자기 무슨 이야기야"
"괜찮으니까 들어.그래서말야 학생들이 졸업할때 일년간 키운 돼지를 어떻게 할지 학생들에게 물어봤대.먹을 것인지,다른 사람에게 맡길 것인지.그 학생들은 어떻게했을 것 같아?"
"...몰라"
"무려,그 학생들은 그 돼지를 먹기로 했어.한해 동안 돌보고 키운 돼지를 식량으로 정한거지.소년소녀들은 이 경험에 의해서 생명의 소중함을 배운거야.잘됐네 잘됐어."
아,이제 싫은 예감밖에 들지않는다.나는,오소마츠형 옆에서 즐겁게 웃고있는 카라마츠를 보고 형에게 들리도록 크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동생의 한숨으로 생각한 것을 고쳐먹을 정도로 오소마츠형이 쉬운 사람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아플정도로 알고있었다.
"그런 이유로!채식주의자로 절대 고기를 먹지않음,라고 할까 최근엔 채소도 제대로 먹지않는 편식쟁이 이치마츠군을 구할 수 있도록 식용인간을 데려왔습니다!"
박수를 치는 오소마츠형을 따라하며 카라마츠도 웃으면서 박수를 쳤다.이녀석 역시 바보인가.머리가 텅텅 비어있는건가.
"이치마츠는 이제부터 카라마츠와 함께 생활합니다.그러니까,슬슬 먹어도될까~라고 생각할때 쯤에 그 생명의 무게와 고귀함을 꽉 깨물면서 깨끗이 먹어주세요"
"어이,아까의 이야기의 취지가 틀리잖아.형은 나의 편식을 고치고 싶은거아냐?그치만 아까의 이야기는 편식을 고치는 이야기가 아니라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는 이야기잖아"
"그런건 됐~고!어느 쪽이던 너는 더 음식에 집착할 필요가 있어.먹는 것은 사는 것이라고.이치마츠.사는 것을 외면하지 마"
그렇게 말한 오소마츠형의 눈은 빤히 내 눈동자를 꿰뚫어,그의 말이 모두 진심이라는 것을 잘 알게되었다.
"먹을 것도 살아가.그 삶의 무게를 천천히 맛보고,그 후에 진정한 의미를 맛보는거야.먹을것과 함께 살아보면 먹을것에 대한 생각도 뭔가 달라질지도 모른다구?"
형은 그렇게 말하곤 일어서서 바닥에 앉아있는 카라마츠의 머리를 약간 강하게 쓰다듬었다.
"그러니 형님은 일이 있으므로 돌아갑니다!그럼 카라마츠,이치마츠를 잘 부탁해"
"오우,맡겨줘라!절대로 먹게할테니!"
그 자세야!라고 말하며 호탕하게 웃는 형과 눈에 띄게 의지가 넘쳐보이는 카라마츠.나를 내버려둔 채 진행되는 대화를 멀리서 들으며
나는 빤히,카라마츠의 목에 매달린 카우벨을 바라보고있었다.
이 종이 카라마츠가 식량이라는 증거.이녀석이 인간이면서,인간이 아니라는 증거다
오소마츠형을 현관까지 배웅하고 방으로 돌아오면 비좁은 방의 중심에 카우벨을 단 소년이 정좌를 한 채 이쪽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줄곧 입꼬리를 올리고 생글생글 웃는 그 모습은 나에게 먹힐거라는 공포감은 조금도 보이지않는다.이것이 식용인간이다.이 녀석 식용인간들은 언젠가 인간님이 먹어줄 날을 꿈꾸고있다.인간이 먹는 순간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바람직한 시간이라고 생각하고있다.
"자아,나를 어떻게해서 먹을 것인가?구울건가?삶을 것인가?생식은 권장하지않는다구.배탈이 나버릴테니!"
의기양양하게 자신의 조리법을 제안하는 카라마츠.몸속으로 불쾌한 혐오감이 돌았지만,그것을 표출하지않고 한숨만을 뱉어냈다.
"카라마츠.일단 말하는거지만,나는 고기를 먹지않는 채식주의자야"
"응,알고있다"
"그러니까,유감스럽지만 너를 먹지않을거야"
"알고있다.그치만,나는 이치마츠씨에게 먹히도록 노력할거다!"
"네가 아무리 노력해도 나는 고기를 먹지않아.미안하지만 포기해"
카라마츠의 눈썹이 힘없이 내려가고 큰 눈동자는 흔들렸다.아,울것같다.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눈물의 댐을 어떻게든 잡는 것이 눈을 꾸욱 감고 무릎 위에 올린 주먹의 힘을 꽉 주는것으로 나타냈다.
이 녀석들,식용인간에게는 먹히는 것이 지상의 기쁨이다.그것을 이룰수 없는 것을 알고 절망하는 마음도,뭐 모르는건 아니다.하지만 그것은 식용인간의'인간에게 먹히고싶어'라는 마음을 이해할수 있다는 경우의 이야기다.
나는 그것을 어떻게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몇년이 지나도.스무살을 넘긴 지금도.
"...이치마츠씨는,"
"이치마츠라고 불러도 좋아"
"...이치마츠는,사는게 싫은 것인가?"
"어째서 그렇게 되는거야"
"오소마츠씨가 말했었잖아.먹는 것은,사는 것이라고"
이녀석,머리가 빈 것 치고는 꽤나 정곡을 찌르는 말을 한다.
"별로 사는게 싫은건 아니야.단순히 고기를 못 먹는것 뿐"
"편식을 하는 것인가?그럼 클 수 없다구"
"쓸데없는 참견이야.내 관점에서는 고기를 먹는 녀석이 비정상이라고"
'어째선가?뭐 우리 식용인간들은 고기를 먹지않지만,인간들은 보통 대부분이 먹잖아?"
"그치만 인간이 인간을 먹는거라고.동종의 생물이 그 고기를 먹는다니 이상하지 않아?"
"채소를 먹는 것과 식용인간을 먹는것은 뭐가 다른거지?동종의 생물을 먹는 것은 나쁘지만,이종은 나쁘지 않은건가?"
이녀석의 크고 새까만 눈동자는 마치 내 안에 품고있는 모순을 끌어내는듯 했다.내가 지금까지 계속 외면하고 숨겨온 모순을,이녀석은 절대로
놓치려고하지 않는다.내가 스스로 답을 말할때까지,분명 이녀석은 나에게서 눈을 떼지않을 것이다.
"...이 얘기는 이제 그만하자.나 이제 한숨 잘거니까 너는 적당히 놀고있어"
"앗,이치마츠 도망치는건가!"
"도망치는거 아냐 멍청아,죽여버린다"
"죽인다면 제대로 남기지 않고 먹어주면 좋겠군!"
아니,그런 얘기가 아니잖아.그런 작은 츳코미는 내 안에서 작게 사라졌다.이 녀석에겐 아마도 뭘 말해도 소용없을 것이다.어차피 나와 생각도 전혀 다를테고,게다가 먹히는 것에 기쁨을 느끼는 녀석의 생각은 알기도 싫다.
하지만 이 세계는 식용인간을 먹는 인간이야말로 정상이고,나 같은 채식주의자는 말하자면 비정상이다.종교적이유로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내 경우에는 그렇지않아 주위에서 보면 그저 편식쟁이로 보일 것이다.편식하면 안 돼.남기지 말고 먹어.그런 말은 썩도록 들어왔다.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내 몸은 고기를 받아들이지 않는다.이는 바뀌지않는 사실이다.맛이 없는 그런 이유가 아니다.몸이 받질 않는다.먹고싶지 않다.먹고싶단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는다.
바닥에 엉망으로 깔린 이불에 기어들어가 몸을 웅크리자 그 옆에서 정좌하고 있던 카라마츠의 나이치고는 작은 손이 눈에 들어왔다.
무릎 위에 얌전히 올린 손,그러나 그 왼손에는 새끼 손가락이 없었다.
"카라마츠.어떻게 된거야,그거"
"응?무슨 소린가?"
"그 새끼 손가락"
카라마츠의 왼손 새끼손가락은 두번째 관절 위쪽이 잘려있었다.마치 예리한 칼로 절단된 것처럼 그 위의 부분은 완전히 피부로 덮혀져있었다.
아무리봐도 최근에 생긴 상처는 아니다.
"아아,이건가?이것은 내가 어릴적,공장의 아저씨에게 먹힌 자국이다"
절단된 새끼 손가락을 보면서 카라마츠가 웃는다.자신의 새끼 손가락을 남에게 먹힌 얘기를 하면서도 어떻게 이녀석은 웃을 수 있는걸까.
아팠다던지,무서웠다던지,그런 것들 있었을 거 아냐.하지만 카라마츠는 황홀하게 새끼 손가락의 단면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새끼 손가락이 잘려서 나는 할인품이 됬지만 그래도 괜찮다.그 사람,내 고기를 맛있다고 해줬으니까"
자,이녀석들은,식용인간들은 이런 녀석들이다!세상은 고기를 먹지 않는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지만,나에겐 고기를 먹는 인간들도,그리고 고기
인것에 기쁨을 느끼는 이녀석들도 비정상이다.
"그런 불쌍한 녀석을 보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지 말아주겠나.봐!나, 오른손 잡이니까 왼손의 새끼 손가락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노 프로블럼이다!"
아무도 그런 거 신경 안-써.이 텅텅이가.
둘째 날
엄마가 말하길,나는 철들었을 때부터 고기냄새를 싫어했다고 한다.
식탁에 고기가 올려진 것뿐으로 그 냄새를 참지못해 운적도 있었다고 한다.부모님들도 나이를 먹게되면 자연스레 먹게 될 것이라며 억지로는
먹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몇년이 지나도 나는 고기를 먹지않았다.오소마츠형이랑 다른 형제들은 가리는 것 없이 잘 먹었지만,나만은 고집스럽게 고기를 거부했다.
성장기에 필요한만큼의 단백질을 섭취하지 않았던 영향으로 열살때의 나는 지금처럼 살집이 적었다.그건 그렇다.채소만으로는 충분한 영양을 섭취할 수 없다.
부모님은 그런 나를 놔둘수 없어,어느 날 저녁으로 고기를 냈다.식용인간의 고기를 잘게 다져서 수프에 넣어,가급적 냄새가 나지 않도록,
그것은 부모의 노력으로 고기요리같지 않은 외관과 냄새를 하고 있었다.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그 수프를 한 숟갈 떠서 입에 넣었다.
그리고 입에 넣는 순간 그것이 고기인 것을 깨달았다.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고기는 내 목을 지나 위속으로 떨어졌다.그 때 나의 모습을 말하자면
꽤나 대단했다고한다.울면서 소리를 지르고 토하면서 날뛰고 엉뚱한 기세로 목을 막 긁어댔다고한다.이대로는 목이 찢어져 죽어버린다며
부모님과 오소마츠형이 나의 몸을 잡아 어떻게든 진정됬다.그 이후로 부모든 형제든 무리하게 나에게 고기를 먹이지 않게된 것은 불행중 다행이다.
삐삐삑,무기질의 전자소리에 눈을 떴다.아무래도 어제는 오소마츠형이 돌아가고 다시 이불에 눕고 그대로 아침까지 잔듯하다.그건 그렇다.
삼십일 만에 제대로 된 휴일을 가졌으니까.하품을 하며 일어서서 이불에서 한발짝 내 딛은 곳에서 이상한 감촉이 느껴졌다.이어서 들리는
'윽'하는 신음소리와 딸랑,울리는 종소리.발을 올리고 바닥을 보면 소년이 혼자서 웅크리고 누워있었다.
"너무하지않은가 이치마츠.밟다니..."
아차,잠이 덜 깨서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이 녀석이 있었다.오소마츠형이 반강제로 떠넘긴 식용인간 카라마츠다.
"이렇게 일찍 일어나다니,무슨 일 있는건가?"
"뭐라는거야 이 텅텅이가.일이야 일"
자급자족생활을 하고 있는 식용인간의 이 녀석에게는 아침 일찍 일어나 일을 하는 것은 생각도 못하겠지.일,그런가 일인가!라며 눈을 빛내고 있었다.
"일하러 가려면 밥을 먹어야하지 않은가!"
"응...뭐 그렇네"
"이치마츠 눈앞에 맛있고 맛있는 고기가 있다!어떤가!"
"네네,방해되니까 비켜"
멀뚱히 서서 멋진 척을 하는 카라마츠를 무시하고 냉장고로 향한다.채소칸을 열면 거기엔 몇일전에 산 채소가 가득했다.그 중 하나를 적당히
꺼내 접시에 올린다.드레싱을 끼얹어,설거지거리가 쌓여있는 싱크대 윗 쪽에 가장 깨끗한 것 같은 젓가락을 빼내 바닥에 앉아 먹기 시작하고
그 모습을 카라마츠가 빤히 쳐다보고있었다.
"...정말로 이치마츠는 고기 안먹는구나"
"그렇네,그래도 고기를 안 먹는건 너희들도잖아.식용인간은 인간을 안먹으니까."
"그렇지만 샐러드뿐만이 아니라구,감자가 주식이야.익혀서 먹고있어"
그때 꼬르륵,하며 카라마츠의 배가 무정하게 소리를 높였다.황급히 배를 누르고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쪽을 올려다보았다.
"...어제,이치마츠가 잔 뒤로 아무것도 못먹었어"
"그래?냉장고에 있는거 적당히 꺼내먹으면 좋았을텐데"
"마음대로 먹으면 안된다고 생각해서..."
이상하게 머리가 텅텅빈 녀석인 것 같지만,아무래도 예의있고 조심스런점도 있는 것 같다.
"냉장고의 있는 것이라면 실컷 먹어도 좋아.가끔 썩은 것도 있으니까 그건 조심해"
"괜찮은가!?"
"뭐 그건...아사 같은거 하면 꿈자리 나쁠거고"
그렇게 말하면,카라마츠는 목덜미의 카우벨을 흔들거리며 냉장고로 달려갔다.포장된 채소뿐인 냉장고를 들여다보고,이것들 만으로는 영양을
해친다느니 뭐라느니 툴툴거리기 시작했다.아까 한 말 취소.이녀석 엄청 뻔뻔스러운 녀석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고개를 올려 내 얼굴을 올려다봤다.
"이치마츠는...그,지금은 나를 먹을 생각이 없는거지?"
"지금이라고 할까,영원히"
"먹지 못하는 나를 왜 쫓아내지 않는건가?오소마츠씨에게 억지로 떠맡겨진 거잖아..."
이 녀석은 정말이지 자주 감정이나 표정이 변하는구나.방금 전까지는 마치 먹이를 받은 개처럼 꼬리를 흔들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꼬리가 축 늘어진듯 하다.
뭐야,정서불안인가 이녀석.
"별로 특별한 이유는 없어.그저 너를 쫓아내고 길거리에 방황시키는 것도 기분이 나빠질 것 같을뿐이야"
"...그런가.그런가아!"
라고 카라마츠는 활짝 웃으며 그 자리에 털썩 앉았다.무기질의 종소리가 딸랑거리며 방에 울렸다.
"아무가치도 안되는 나를 버리지 않고 두다니.이치마츠는 상냥하구나아.이런 사람에게 먹혀지다니.나는 세계최고로 행복한 녀석이군!"
그러니까 안먹는다고 했잖아.
그렇게 말하고 딱밤을 때리자,카라마츠는 아팟!하며 큰소리로 외치고 바닥에 쓰러졌다.그런 카라마츠를 곁눈질로 보면서 세탁되지 않은 옷 더미에서 비교적 깨끗한 작업복을 가져간다.약간은 냄새가 나긴 하지만,뭐 이정도는 아무래도 좋다.
"그럼 나 다녀올게.아마 늦게 돌아올 것 같으니까.집에 있는거 적당히 아무렇게 써도 좋아"
"오!힘내라 이치마츠!"
바닥에 넘어진 채 경례의 포즈를 취한 카라마츠를 보며,어째서 이렇게 된거지,하며 한숨을 내쉬었다.금방이라도 찢어질듯한 너덜너덜한 운동화를 신고 문에 손을 댄 그때,등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
"그러고보니 이치마츠는 무슨 일을 하고있는가?"
맞은 머리를 누른채로 기어오는 카라마츠에게 나는 한순간 대답을 망설였지만 감출 것도 아니라 생각하고 뒤돌아보지 않은 채로 말했다
"공장이야.네가 옛날에 살던 식용인간 사육공장"
*
몇년이나 손질되지 않은 가시철사에 둘러싸인 그곳의 뒷쪽은 심하게 녹슨 철문이 겨우 붙어있었다.
문 앞에는 나와 같은 작업복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고,나는 그 남자에게 주머니에서 꺼낸 입장증을 내밀었다.남자는 입장증을 쳐다보더니 철문을 열었다.작게 인사를 하고,철조망 너머로 발을 내딛었다.
나의 직장은 공장이지만 일반적으로 모두가 생각하는 공장과는 다르다.여기는 공장이라는 이름만 붙어있는,식용인간들이 사는 마을이다.
3백년전 인간이 식용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뉜 그날.식용인간의 조상들은 이 공장에 유폐되었다.그들은 여기서의 생활밖에 없었고 인간에게 먹히는 것이야 말로 정의라는 것이 세뇌되었다.조교는 훌륭히 대성공.인간에게 먹힐 수 있는 것을 기쁨으로 여기는 고기가 이 공장안에 있는 것이다.
나는 손질이 안 된 초원을 십오분정도 걸어 한 건물로 들어섰다.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계단을 올라 문을 열었다.거기에는 나와 같은
작업복을 입은 녀석들이 셋 정도에 셀 수 없을 정도에 모니터들이 방을 채우고있었다.
비어있는 의자에 적당히 앉아 눈앞에 보여지는 무수한 모니터로 눈을 돌린다.거기에는 공장 안에서 살고있는 식용인간들의 생활이 보여지고 있었다.
한번 더 말하지만 이 곳은 이름만 공장이고 식용인간들이 사는 마을이다.
3백년 전 공장에 갇힌 인간들은 점차 자신들의 문화를 이루기 시작했다.그들은 따로 건물 안에 격리된 것은 아니다.철조망으로 둘러싸인 큰
마을에 방치되어있을 뿐.비교적 자유도가 높다.목장에서 방사된 소와 같은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좋을듯하다.
식용인간의 조상들은 많은 것을 빼앗기고 이 공장에 끌여온 것이지만,땅만은 넘칠정도로 있었다.그들은 스스로 집을 짓고 밭을 갈아 가정을
꾸리고 생활을 시작했다.이렇게 태어난 아이들이 다시 사육되고,인간에게 먹히는 것을 지상의 기쁨이라 가르침을 받고 그것을 반복하게된다.
그 후엔 정부가 직접 손을 쓰지 않아도 어느덧 식용인간들의 가정에서 세뇌가 이루어졌다.식용인간들은 놔둬도 늘어나고,그들이 구축한 가정에서 마음대로 조련된다.일찍이 가축으로 사육되었다는 돼지나 소는 지능이 없는 만큼,인간이 먹이를 주고 돌봐줘야했다지만,식용인간들은 우리와 같은 지능이 있으니 한번 조련하고 나면 그 후는 간단하다.자기들이 알아서 고기를 기르니까.
내 눈앞에 켜진 모니터에는 그런 식용인간들의 모습이 역력히 나타나고있었다.밭일을 하는 자,요리를 하는 자,놀고있는 자,싸우고있던 자,울고있는 자,웃고있는 자.나의 일은 공장에 보급된 카메라로 펼쳐진 영상을 하루종일 관찰하고 도망치는 식용인간이 없는지 점검하는 것이다.그러나 이곳은 조련된 식용인간들이 사는 마을이다.도망치는 녀석은 없다.그래서 이 수 많은 모니터에 소수의 작업원으로 충분한 것이다.
나는 매일 오로지 식용인간들의 일상을 모니터 넘어 관찰하고있다.취직한지 벌써 일년이 지났지만 이것만큼 지루하고 답답한 일은 없다.좁고
어두운 방안에 하루종일 갇혀 몇시간동안 모니터를 보는 나날.당연히 그만두는 녀석은 끊기질않는다.
나는 쭈욱 기지개를 펴며 오래된 의자에 털썩 앉아 눈앞의 모니터를 응시했다.거기에는 식용인간의 가족들이 보였다.갓 태어난 아기를 안은 여자와 그런 모습을 보고 기뻐하며 우는 남자.남자는 아기와 여자를 끌어안고 중얼거린다.
"인간님에게 맛있게 먹히기 위해,너도 훌륭한 식용인간이 되는거야"
그런 대사,여기 있으면 매일 듣게되는 말이지만 나는 아직도 이 환경에 적응할 수 없다.귀를 막고 책상위로 웅크리면 동료의 직원이 걱정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그것에 대답을 하지않고,나는 그저 귀를 막은 손에 힘을 줄 뿐이었다.
기분나빠,기분나빠,아아,기분나빠!
이 세계도,이 녀석들도,이 녀석들을 먹는 인간들도,전부 전부 미쳐있다.
*
집에 도착했을때에는 하루가 지나기 직전이었다.벌써 5년 이상 신은 신발을 던지듯이 벗고 불을 켰다.좁은 1LDK의 방에는 깔려진 이불과
겨우 모양만 갖춘 낮은다리의 탁자.그리고 카라마츠가 있었다.
카라마츠는 탁자에 엎드려서 자고있었다.이불에 들어가서 자면 좋을텐데,라고 생각하면서 최대한 소리를 내지않으며 다가갔다.이제와서 겨우 눈치챘지만 왠지 방이 깨끗해져있었다.방 안에 쌓여있던 쓰레기는 봉지에 담겨 현관에 놓여져있고,싱크대에 쌓인 접시들은 식기선반에 정리되어있었으며,
또 은은한 비누향기로 세탁도 되어있단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그리고 탁자 위에는 접시에 올려진 음식이있었다.
아무래도 그것은 감자 샐러드 같았다.우리 집에 감자가 있었나,라고 생각하며 그러고보니 지난번 동료직원에게 감자를 받았던 것이 떠올랐다.
카라마츠는 그 감자를 삶고,으깨서 자른 채소들로 감자샐러드를 만든 듯했다.수는 두개.
조용히 탁자로 다가가 카라마츠의 옆에 웅크려 앉았다.희미한 숨으로 앞머리를 흔들며 기분좋은 듯이 잠들어 있었다.이 녀석 하루종일 방을 치우고,청소하고,세탁하고,밥을 만든 뒤 아무래도 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모양이다.손을 대지 않은 감자샐러드가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몸을 살짝 안아올려 이불위에 눕혔다.열다섯살이라고 말했지만 나이에 비해 살짝 마른 것 같다.뭐,식용인간들은 고기를 먹지않는 종족이니 당연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이마에 걸린 앞머리를 살짝 흐트리고,이불을 덮었다.그 때,왼손에 뭔가가 닿아 딸랑,하고 소리를 냈다.카라마츠의 작은 몸과 대비되는 큰 카우벨이다.이런 어디에도 있을법한 평범한 소년의 목에는 어울리지 않는 그것은,그가 먹이사슬의 최하위층에 있다는 것을 뚜렷이 나타내고있었다.무작정 데려와진 남의 집에서,바보같이 청소,세탁,요리를 해놓고,이 녀석은 이른바'착한아이'인 거겠지.공장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누군가에게 먹히는 일도 없이 길고 행복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태어난 장소와 형편이 다른 것 뿐으로,나와 이 녀석의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가로막고 있다.
이 녀석은 포식당하는 것,나는 포식하는 것이다.
카라마츠가 깨지않도록 조용히 일어섰다가 탁자에 놓인 젓가락을 집었다.손을 모아,음식에 대한 감사를 하고 감자샐러드를 입에 넣었다.
요즘은 양상추와 양배추만 먹었기 때문에,탄수화물을 먹는 것은 오랜만이다.조금 매운 후추가 목을 지나 배가 차는 감각을 느낀다.
음식을 맛있다고 생각하다니 몇년 만일까,라며 나는 정신없이 감자샐러드를 모조리 비웠다.
셋째 날
"미안하다 이치마츠!네가 돌아오기 전에 깜박 잠들어 버렸군"
눈을 뜨고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바닥에 이마를 꼭 붙이고 도게자를 하고있는 카라마츠의 모습이었다.
"...별로 괜찮아.이쪽이야말로,감자샐러드 고마워"
"어,어땠나?맛있었나?"
바닥에 붙이고있던 얼굴을 힘껏 치켜들고 눈썹을 한심스럽게 낮추고 물어오는 그 모습은 마치 강아지같다.
"맛있었어"
"그,그런가!잘됬군.사실은 몰래 내 고기를 넣을까 생각했었는데,넣지않아서 다행이었군.헤헤"
"너 그런 짓 하면 정말로 죽일꺼야"
"죽인다면 제대로 남기지 않고 먹어주면 좋겠군!"
이런 얘기,얼마 전에도 똑같이 했던것같은데,뭐 어찌 됐든 좋다.나는 이불앞에서 무릎을 꿇은 카라마츠를 한 손으로 밀어붙이고 일어서서
빨래바구니의 작업복을 꺼내려했다.그러나,어제 아침까지 빨랫거리가 산더미처럼 쌓인 빨래바구니가 비어있었다.그렇다.카라마츠가 세탁을
해준 것이다.방의 구석에 얌전히 놓인 플라스틱 케이스를 열자 거기에는 깔끔하게 개어진 작업복 세벌이 정돈되어있었다.
"아,미안 이치마츠.세탁물이 쌓여있길래 멋대로 세탁해버렸다..."
"아니...그러니까 괜찮다니까"
은은히 세제의 향기가 나는 작업복을 잠옷 대신 입고있던 티셔츠위에 걸쳤다.세탁된 옷을 입는 것은 일주일 정도일까나.세제의 향기와 뒤섞인 햇볕의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자,이치마츠,아침밥이다!"
그런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면 앞치마를 입은 카라마츠가 접시두개를 들고 서있었다.탁자위에 놓인 그것은 어제와 같은 감자샐러드다.
"미안하군.어제밤이랑 똑같은 것인데...재료가 거의 없어서 다른 것을 만들 수 없어서"
"아니...이거 꽤 맛있었고 별로 괜찮아.오히려 좋아"
"정말인가!?"
이치마츠에게 칭찬받았다!세라비!라고 말하며 빙글빙글 도는 카라마츠의 옷을 잡고 탁자앞에 앉혔다.이미 탁자위에 놓인 젓가락을 카라마츠에게 쥐어주고 자 먹자,라고 말하자 카라마츠의 얼굴이 헤실하며 풀렸다.응응,그렇군,먹자,같이 먹자!그렇게 말하고 웃는 카라마츠는 역시 그냥 강아지같았다.
둘이서 느긋하게 두 손을 맞추고 감자샐러드를 향해서 머리를 낮춘다.그리고 숨을 뱉었다.
"잘 먹겠습니다"
*
어째서 자신은 고기를 먹지 못하는 것일까,진심으로 생각한 적이있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나는 그 답을 알아내지 못했다.
내가 고기를 못 먹는 것은 아마도 본능적인 이유일 것이다.예를 들면,벌레를 먹지 못하는 사람은 많다.그것은 머릿속 어딘가에서 '벌레는 먹는 것이 아니다'라고 입력되어있기 때문이다.음식이 아닌 것이 음식이 되어 있으면 사람은 그것을 혐오물로 간주한다.나에게 있어서 고기는 그것에 가깝다.
고기는 먹는 것이 아니다.인간은 먹는 것이 아니다.왜냐면 그렇잖아?우리들은 인간,식용인간들도 인간이다.벌레를 먹지못하는 것은'먹는 것이 아님'이지만,식용인간의 경우는'먹는 것이 아님,인간이니까'이다,그러니 먹지 못한다.
이는 정말 감각적인 문제이므로 설명하기 어렵지만,나는 동족상잔 행위에 극도의 저항을 느낀다.먼 옛날 이 세계에는 동족상잔을 금기로 하는 윤리도 있었다.하지만 세계를 휩쓴 대기근에 의해서 그런 상식은 사라져버렸다.현재는 3백년 전의 대기근과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풍부해,일부러 인간을 먹을 필요도 없다.그렇지만 인간고기의 맛을 느낀 인류는,질리지 않고 인간을 계속해서 먹고있다.
공장의 경비실에 수 없이 나열된 모니터 속에는 식용인간들의 일상이 끊임없이 보여지고 있었다.그들은 우리와 같이 울고,웃고,먹고 자고 아이를 만들어 기른다.우리와 식용인간의 결정적인 차이는 먹는 것인가 먹히는 것인가 그 것이다.하지만 나에게는 인간도 식용인간도 마찬가지로 밖에 보이지않는다.왜냐면 모니터 넘어로 보이는 그들의 모습은 당연히 인간이다.우리들과 아무것도 다르지않은 보통의 인간이다.녀석들의 팔을 자르고,껍질을 벗겨내 구워 먹는다니 생각만 해도 토가 쏠린다.
남이 본다면 나는 그저 편식쟁이일 것이다.어째서 인간을 먹지 못하는거야?같은 질문에 나 자신도 대답할 수 없었기에 어쩔수 없었다고 생각한다.하지만 나도 묻고싶다"왜 너희들은 인간을 먹는거야?"분명 인간들은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왜냐면 식용인간은 고기니까'심플하고 명료한 대답이 들려올 것이 틀림없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눈을 모니터로 돌리면 작업복을 입은 남자가 보였다.작업복의 남자는 식용인간이 사는 집에 멋대로 들어갔다.그곳은
아빠,엄마,갓 태어난 아이가 사는 세명이 사는 가정집이었다.
작업복의 남자가 남자에게 무언가를 이야기 하고있었다.잠시간의 대화가 끝나고 남자는 자신의 아이를 끌어안고 그 이마에 작게 키스를 한 뒤 여자에게 아이를 맡겼다.아이는 아쉬운 듯 남자에게 손을 뻗었지만 어머니가 그를 제지한다.쾌할하게 웃는 남자와 여자,눈에 눈물을 글썽거리며 금방이라도 울것 같은 아이,그리고 작업복의 남자.
남자는 여자와 아이에게 손을 흔들며 작업복의 남자와 함께 집을 나갔다.방에는 여자와 아이만이 남게되었다.여자는 시종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아아,싫은 것을 보고말았다.이 모니터는 식용인간들의 인생,그 탄생부터 임종까지 모든것을 비춘다.아까 직원에게 끌려간 식용인간의 남자는
지금쯤 공장의 한쪽에 있는 헤체장에 끌려갔을까.그 식용인간은 인간들의 먹잇감으로 막 출하된 것이다.
*
"어서와라 이치마츠!밥 다됐다구!"
라고 말해도 재료가 없으니까,또 감자샐러드지만.
샐러드가 담긴 접시를 탁자에 올린 카라마츠가 웃는다.나는 그다지 더러워지지않은 작업복을 적당히 벗어 던지고 바닥에 앉아 탁자에 엎드렸다.
"왜그런가?무슨일 있었는가?"
목덜미의 카우벨을 흔들면서 카라마츠가 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나는 그런 카라마츠의 얼굴과 카우벨을 번갈아 바라보고 모니터너머의 식용인간의 출하를 떠올렸다.
"...조금,싫은 거 봐버려서"
"싫은 거?"
"식용인간이 출하당하는 거"
나의 말에 카라마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어디가 싫은 것인가?출하되는것은,우리에게 있어서 명예로운 일이다만"
아아,그럤지.이녀석은 그런 녀석이었지.인간들에게 완전히 세뇌되어 자라온 식용인간의 표본이었다.
"작업복을 입은 아저씨는 신의 심부름꾼이다.선정된 식용인간만이 출하되는거니까.이런 기쁜일은 없을 것이다!"
"...아 이제 됐어.밥맛 없어져..."
카우벨을 딸랑딸랑울리며 역설하던 카라마츠의 머리를 가볍게 두드렸다.카라마츠는 살짝 삐친듯 볼을 부풀리면서,나에게 맞은 머리를 손으로 누르고 있었다
그런 카라마츠를 흘낏 쳐다보고 양손을 천천히 모으자 카라마츠도 재빨리 손을 모았다.
"잘 먹겠습니다"
둘이서 한 목소리로 음식에 대한 감사를 드렸다.변함없이 후추가 많이 들어간 감자샐러드가 뱃속에 쌓이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이렇게,아침도 저녁도 감자샐러드인 것은 역시 질린다.이 녀석이 오기전까지 항상 같은 샐러드를 먹었던 녀석이 말할 대사는 아니지만.
"너말야,감자샐러드말고 다른 요리 만들 수 있어?"
"물론!자취경력이 기니까말야.여러가지 만들수있어"
"그럼 그럼 돈 줄테니까 슈퍼에서 적당히 재료좀 사와.그걸로 다른 거 좀 만들어줘"
"아...식용인간은 공장 밖을 나가는 것은 금지되어 있으니까,슈퍼에는 갈 수없다.미안해"
카라마츠의 정말로 미안하다는듯한 목소리를 듣고,나는 이제와서야 이 녀석이 식용인간임을 떠올렸다.이 녀석이 너무나도 일반적인 어린애같으니까 그만 깜박 잊고있었다.
"...그럼 내가 퇴근길에 뭐라도 사올테니까.그걸로 요리해줘"
"미안하군"
애초에 식용인간이 공장밖으로 나가서는 안된다는 규칙을 만든 것도 우리 인간이다.저 녀석이 사과할 필요는 전혀없다.너희의 조상을 가둔 것도 우리들이다.네가 사과할 필요는 전혀 없어.전혀
뭔가 방 안에 우울과 무거운 공기가 돌았다.뭔가,뭔가 다른 화제는 없을까.
"...그러고보니 자취경력이 길다고했는데.너,공장안에서 혼자 살았어?"
"아아,그렇다!열살까지 어머니와 아버지와 같이 있었지만,출하되고 말았다."
"감자샐러드를 먹는 손이 멈췄다.그러나 카라마츠의 목소리는 멈추지않았다.
"어느 날 작업복을 입은 아저씨가 와서,어머니와 아버지를 데리고갔다.나도 데려가줘!라고 부탁했지만,나는 아직 제철이 되지않았다고해서,그래서"
"잠시 입좀 다물어"
손에 쥐고 있던 젓가락을 탁자에 내동댕이 쳐 카라마츠의 목소리를 막았다.카라마츠는 몸을 움찔거리며 말을 멈췄다.
"...기분 별로야.나,목욕하고 잘테니까"
"아,이치마츠,나,뭔가,"
"시끄러"
카라마츠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목욕탕으로 향한다.뒷쪽에서 카라마츠의 훌쩍이는 소리가 났지만 귀를 막고 못 들은 척 했다.
여섯째 날
그 날부터 카라마츠를 만나는 것이 왠지 꺼려져,벌써 이틀이나 직장에서 기숙하고 있었다.환기가 나쁜 경비실에서 마냥 식용인간들을 보는 생활.
보면 볼수록 그들은 음식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인간임을 느끼는 고행.그리고 귀가하면 거기에는 식용인간인 카라마츠가 있다.고기를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인 나는,일반인보다 더 고기에 둘러쌓인 생활을 보내고있었다
오늘 밤도 언제나처럼 경비실에서 숙박할 계획이었지만 동료직원이 '슬슬 목욕하러 갔다와'라며 코를 막고 쫓아낸 상황으로,귀갓길에 오르고있었다.
평소에는 날이 다 저문 시간에 돌아가는 경우가 많지만,오늘은 동료에게 귀가조치를 받았다고할까,일하는 중간에 억지로 쫓겨났기때문에 아직 날이 밝다.
길을 걷던 중 길 끝에있는 슈퍼가 보였다.
그러고보니,이제 슬슬 재료를 사지않으면 안된다.꽤 전에 카트 가득히 채소를 사들여서 아직 여유분은 남아있다고 생각하지만,카라마츠와 둘이서 생활하기 때문에 지금이라면 부족할지도 모른다.나는 어쩔 수 없이 슈퍼로 발을 옮기고 정육코너를 지나,채소진열장에서 포장된 채소를 열개정도 집어 바구니에 넣었다,
문득 양파가 눈에 들어왔다.그리고 며칠 전의 카라마츠와의 대화를 떠올렸다.그렇지,감자샐러드만 먹으면 질리니까,다른 음식도 만들어 달라고했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한 재료를 사간다고했었다.나는 잠시 고민하고,양파를 세개 정도 바구니에 넣었다.이어서 당근,감자,무,배추등 눈에 든 채소들을 차례로 바구니에 담았다.나는 요리를 못하니까,이 재료들로 대체 무엇을 만들 수 있는지는 모르지만,카라마츠는 아무래도 요리를 잘하는 듯 하고,뭐 어떻게든 만들 수 있겠지.
지갑에서 3천엔을 꺼내고 카운터로 이동했다.
지금으로선 아무렇지도 않지만,며칠 전 나는 왜 카라마츠에게 화가 났던 것일까.열정적으로 자신의 부모의 출하경험을 말하는 카라마츠를 보고,나는 기분나쁨이라던가 불쌍하다던가를 생각하기 전에 화가 나고 말았다.식용인간을 보고 혐오감이나 동정을 느낀 적은 있어도 화가 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왜 나는 그때 화가 난 것일까,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자신이 고기인 것을 기쁨으로 생각하는 그 녀석의 모습에,왠지 화가 나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며칠 만에 돌아온 우리 집은 불이 켜져있지 않았다.방의 불을 켜고 채소가 들은 봉지를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방 안에는 며칠 전과 변함없이 깔려있는 이불과 낮은다리의 탁자.그리고 그 위에 엎드린 카라마츠가 있었다.아직 일곱시인데 벌써 자고있는걸까.장바구니를 탁자에 올려놓으며 카라마츠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카라마츠는 눈을 질끈 감고,미간에 주름을 잡고있었다.왠지 얼굴이 빨갛고 땀을 흘리는 것 같다.어라 이거,설마.
황급히 카라마츠의 이마에 손을 대면 불타듯이 뜨거웠다.틀임없이 이녀석 열나고있어.
"어이,카라마츠 일어나.괜찮아?"
짧게 숨을 뱉고 카라마츠의 몸을 흔들었다.그러자 카라마츠는 천천히 눈을 뜨고 헤실거리며 웃는다.
"...아,이치마츠다..다행이다,돌아와서..."
"너 언제부터 그런 상태였어!?언제 열 난거야?"
"으음...몸이 뜨거워지기 시작한건,이틀 전 쯤부터...려나..."
이틀 전,카라마츠를 보는 것이 힘들어 집에 돌아가지 않았던 날이다.나는 세게 어금니를 깨물고 카라마츠의 몸을 안아 올렸다.
"멍청아!왜 몸상태가 안 좋다고 말 안했던거야!사무실로 전화했으면..."
그렇게 말하면서 이 녀석에게 직장의 연락처를 알려주지 않았음을 깨달았다.갈 곳 없는 분노를 내 안에서 겨우 억제시키고 카라마츠를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일단 병원...!"
라고 작게 말한 내 손을,새끼 손가락이 절단된 카라마츠의 왼손이 부드럽게 잡았다.새빨간 얼굴을 한 카라마츠는 뜨거운 숨을 뱉으며 목소리를 짜냈다.
"나,병원,못가...시익,용,인간,이니까..."
그렇다,그렇다.이 녀석은 식용인간이다.이 세상에서 일체의 인권이 부여되지 않은 채소와 생선같은 단순한 식량이다.음식을 병원에 데려가는 녀석은 없다.
식용인간을 진찰해주는 병원따윈 이 세계에 있을리 없다.
"...젠장!그럼 약 사올테니까,얌전히 기다리고,"
"됐어,됐어...약 필요없으니까...여기에 있어 줘 이치마츠..."
힘이 들어가지 않은 카라마츠의 왼손이 가늘게 떨리고있었다.현관으로 내딛은 발을 멈추고,카라마츠를 이불 위에 눕혔다.
카라마츠는 원래 말랐던 녀석이지만,오늘은 특히나 더 가벼웠다.새빨간 얼굴에서 땀이 쉴새없이 흐르고 숨쉬는 것도 힘들어보였다.나는 벽장에서 겨울용 이불을 꺼내고,카라마츠 위에 덮었다.
"이치마츠.부탁이야,여기에 있어 줘..."
"여기 있을테니까.빨리 자"
"혼자,혼자 내버려두지 말아 줘...혼자는 외로워..."
카라마츠의 눈에서 끊임없이 눈물이 쏟아졌다.혼자 두지 말아 줘,혼자는 외로워.그렇게 헛소리를 중얼거리면서 카라마츠는 계속 울었다.
이불 안에서 이쪽으로 뻗은 손이 내 무릎 위에 힘없이 떨어졌다.그 손에는 새끼 손가락이 없었다.나는 왠지 참을 수 없어져 이불째로 카라마츠를 끌어안았다.
카라마츠가 괴로운 듯 움츠리는 것을 신경쓰지않고 안은 팔에 힘을 줬다.툭,하며 나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이 녀석은 역시 인간이다.우리와 똑같은 보통의 인간이다.우리와 같이 먹고,자고,병도 길리며 눈물도 흘린다.카라마츠는 부모가 출하된 것을
자랑스러운 듯이 말했지만,사실은 지금 카라마츠가 한 말이 진실일 것이다.
혼자 내버려두지 마,혼자는 외로워.
부모가 고기로 출하되고,도살되어,집에 혼자 남은 것,절대로 기쁠리가 없다.행복할리가 없다.죽을 정도로 외롭고 괴롭고 힘들게 당연하다.
이 녀석은 그 감정을 토로할 사람도,장소도 가지지 못했을 뿐이다.
"미안,미안해 카라마츠.미안해..."
나의 작은 사과는 누구도 듣지 못한 채 방안으로 녹아 사라졌다.
여덟째 날
카라마츠는 이틀정도 잠에 빠졌다.난생 처음으로 쓴 유급휴가와 노력어린 간병이 어떻게든 결실을 맺었던 건지,카라마츠는 완전히 건강해졌다.
"카라마츠 완전 부-활!"
"그래그래,축하해"
탁자 위에서 이상한 포즈를 취한 카라마츠에게 적당히 박수를 쳤다.카라마츠는 콧바람을 내뿜으며 의기양양해 있었다.하지만 돌연 우울해진 표정을 지으며,천천히 탁자 위에서 내려왔다.
"아,저기,이치마츠"
"왜?"
"저기...간병해줘서 고마워.하지만 나,식용인간인데,약도 사주고 밥도 만들어주고...뭐랄까,이런거..."
"인간같다,고?"
카라마츠는 힘껏 얼굴을 들어올렸지만,곧 다시 얼굴을 내렸다.
"나,이치마츠에게 먹히기위해 이곳으로 왔는데..."
"아-그 일에 관해서 말인데.나,너를 인간으로 취급하기로 했으니까"
"...헤?인간?"
"난 너를 먹지않을거야.그건 내가 고기를 싫어해서가 아니라,네가 인간이고,나의 가족이기 때문이야"
"가족...?이치마츠의?"
턱에 손을 얹고 고개를 갸웃한다.그 모습으로 보아,아무래도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 듯하다.뭐 그것도 어쩔수 없는 일이다.
당연하게 이 녀석은 지금 이 순간까지 식용인간으로서 우리들에게 포식되기만을 위한 인생을 살아온 것일테니까.
"너,열났을 때 말했었잖아.혼자두지 마.혼자는 외로워,라고"
"내,내가,그런 말을 했었던가...?"
"기억 못하는거냐...뭐 괜찮지만.어쨌든 나는 그 말을 듣고,너를 혼자두지 않기로 결정했어.그러니까 오늘부터 너와 나는 가족인거야"
"자,잠시만 기다려 줘!의미를 모르겠어!만일 내가 혼자가 싫다고 말했다고해도,어째서 그것을 이치마츠가 들어주는 것인가?그치만 나,"
식용인간인데...
아주 작은 목소리로 카라마츠가 중얼거린다.나는 한숨을 쉬며 카라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 말야,고기 안먹잖아.그건 인간을 먹기가 싫은거지만,어째서 싫어?라고 물어보면 잘 대답할 수가 없어.그 것과 마찬가지로 설명은 잘 되진 않지만,뭐랄까,널 혼자 두고싶지않다고 생각했어.혼자가 싫다는 너의 본심을,나는 믿고있으니까"
게다가,라고 덧붙인다.
"나에게 있어서,인간을 먹지않는 너희 쪽이,우리들보다 더 인간처럼 보여"
그렇게 말하며 꽉 껴안은 카라마츠의 몸은 비쩍 말라있었다.목덜미의 카우벨이 나의 몸에 바싹 붙었다.아직도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이해하지 못한 듯한 카라마츠는 나의 팔 속에서도 몇번이나 고개를 갸웃거렸다.
"미,미안 이치마츠.역시 이치마츠의 말,잘 모르겠어..."
"지금은 몰라도 좋아,서서히 알아 준다면"
그러니까 하나부터 시작하자,라며 카라마츠 목에 매달린 카우벨을 잡았다.
"이 카우벨부터 떼고 싶은데"
"엣!어째선가!"
"어째서냐니,이제 넌 식용인간이 아니니까"
그렇게 말하고 반강제로 카우벨을 거칠게 뜯어내려고하면,카라마츠가 강하게 내 손을 내쳤다.
"카우벨은 우리 식용인간의 자랑이야!떼면 안된다구!"
"그러니까 너는 이제 식용인간이 아니라니까"
"안 되는건 안 돼-!"
그렇게 말하곤 방 한쪽 구석에 달려가 커튼을 뒤집어쓰고 숨는 카라마츠를 보고,언젠가 절대로 떼어버려주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열째 날
잠든 카라마츠의 눈치를보며 카우벨을 살짝 잡으면,눈을 떠버린 카라마츠에게 혼이나고 미수로 끝나버렸다.
오늘 저녁은 고기가 없는 감자조림이었다.
스물째 날
카라마츠의 몸에 맞는 옷은 오소마츠형이 데려올 때 입은 한벌밖에 없어서 적당히 사온 뒤 카라마츠에게 건냈다.처음에는
'식용인간에게 새 옷이라니'라고 꺼렸지만,목욕탕에 들어가던 중 몰래 카라마츠의 모습을 엿보면 기쁜듯 새 옷을 껴안고있어서,사서 다행이다 라고 생각했다.
오늘 저녁은 생선구이였다.
서른넷째 날
집으로 돌아왔더니 카라마츠가 고양이와 놀고있었다.아무래도 창문으로 길고양이가 들어온 것 같다.나에게 혼이 날까봐 걱정했는지 당장 고양이를 쫓아내려는 듯 했으나,
오히려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었다.나는 고양이를 좋아한다.그날은 고양이와 함께 셋이서 나란히 잠을잤다.이젠 더 큰 이불을 사야할 것 같다.
오늘 저녁은 오랜만에 감자 샐러드가 나왔다.여전히 후추가 많이 들어갔었다.
마흔째 날
고양이는 아무래도 우리 집을 거처로 삼은 듯하다.카라마츠가 이름을 붙이겠다고하여,그럼 부탁할게라고 말했더니 '길티 프리티 캣'라고
이타이한 이름을 지으려해 얼른 기각시켰다.나에게 맡긴다고 하지않았는가!라고 혼이 났다.
오늘 저녁은 중화요리였다.
마흔둘째 날
회의결과 고양이의 이름은 에스퍼냥코로 결정했다.카라마츠가 말하길,외롭다고 생각을하니 타이밍좋게 자기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고,분명 이 녀석은 내 기분을 알아채고 있는거군!에스퍼냥코다!이렇게 됐다고한다.뭐 어찌됐든 길티 프리티 캣 보다는 낫겠지.
오늘은 유급휴가였으므로 둘이서 저녁을 만들었다.생선을 태워서 카라마츠에게 혼났다.
예순여덟째 날
side:카라마츠
나는 카라마츠.이치마츠의 집에 살고있는,식용인간겸 인간이다.
식용인간겸 인간이란 어떤 것인지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나 자신도 잘 알지 못한다.나는 공장에서 태어나 자라고 오소마츠씨에게 구입되어
배송된 생 식용인간이다.그러나 오소마츠씨로부터 나를 받은 이치마츠라는 사람은 이상한 사람으로,무려 식용인간인 나를 인간 취급 하는 것이다.
정말로 이상한 사람이다.
이치마츠는 고기를 먹지않는 채식주의자니까,고기인 나는 이 집에 쓸모가 없을 것이다.그러나 이치마츠는 어째선지 나를 쫓아내지 않고
오히려 나를 위해 약을사거나 옷을 사다주거나한다.거기에다 나를 인간이다,가족이다라고 말하곤한다.나는 식용인간으로,이치마츠에게 먹혀야 하는 생물이다.인간일리가 없다.
몇번을 무정해도 그떄마다 이치마츠는 나의 머리를 쓰다듬고,천천히 끌어안는다.'나따위 보다도 네 쪽이 더 인간다워'이것이 이치마츠의 말버릇이다.
나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속이 꾸욱,하고 뜨거워진다.이 통증의 정체가 어떤 것인지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럼,다녀올게"
"오우,잘 갔다와!"
일하러 나가는 이치마츠를 현관까지 배웅한다.이치마츠는 나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고 집을 나섰다.이치마츠의 발소리가 멀어지는 것을 귀로 확인하고 문을 잠궜다.지금부터 밤까지는 에스퍼 냥코와 나,단 둘이다.나는 팔을 걷어붙이고 청소기를 잡았다.청소하고,세탁하고,저녁준비를 하고...
그런 생활을 보내고있으면 가끔 내가 인간이라고 착각해버릴때도 있지만,목덜미에 걸린 카우벨이 나를 꾸짖는다.너는 인간이 아닌 식용인간이라고,카우벨은 언제나 나에게 알려준다.나의 소중한 보물이다.
"좋아,청소 힘내자!"
그렇게 외치면 방 구석에 앉은 에스퍼 냥코가 냐아,하며 귀엽게 목소리를 높였다.
*
눈을 뜨자 해는 완전히 져있었다.아무래도 세탁기를 돌린 후 잠이 든 모양이다.시계를 보면 바늘은 아홉시를 가르키고 있었다.그리고 한두시간 뒤면 이치마츠가 돌아올 것이다.
잘 때가 아니지,나는 황급히 일어서서 저녁준비를 하려고했다.
"...어라?에스냥?"
일어선 뒤 알아차렸지만,에스퍼 냥코의 모습이 어디에도 보이지않는다.넓은 집이 아니라 숨을 곳은 없다고 생각하지만,방 어디를 찾아도 없다.
화장실에도,목욕탕에도 에스퍼냥코의 모습은 보이지않았다.
어디로간걸까,하고 벽에 시선을 돌리면 열린 창문이 눈에 들어왔다.아무래도 세탁기 위를 올라가 창문을 열고 에스퍼냥코는 그 곳을 통해 밖으로 나간 듯했다.
에스퍼 냥코는 원래 길고양이다.그러나 집에 들어 온 이후로부터 밖보다는 집 안에 있는 일이 많아졌다.만일 밖으로 나갔다고해도 해가 지기 전까지는 꼭 돌아왔었는데,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은 밖에서 무슨 일이 있는 것인가.혹시 다쳐서 움직이지 못한다던가...
나는 안절부절거리며,에스퍼 냥코를 찾으러 갈 수 있도록 현관으로 이동했다.그와 동시에 목에 달린 카우벨의 존재를 떠올렸다.그렇다,나는 식용인간이다.
식용인간은 공장 밖을 다녀서는 안된다.왜냐하면 공장밖에 있는 식용인간들은 가공된 상태로 슈퍼 정육코너에 진열되어있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나는 방으로 돌아가 플라스틱 케이스에서 이치마츠의 작업복을 꺼냈다.내가 입기에는 너무 큰 그 것을 옷 위로 걸치고 지퍼를 닫았다.
목덜미의 카우벨은 큰 작업복에 가려졌다.
"이걸로 됐다!"
두 손으로 뺨을 때리고 기합을 넣었다.두근두근 요동치는 심장소리를 모른척하며 문을 열었다.
*
공장 밖으로 나온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첫번째는 오소마츠씨가 공장에서 데리고 나왔을때,그리고 지금이 기념해야 할 두번째.
공장 안에 있는 건축물은 대부분이 목조다.콘크리트 건물도 있긴 하지만 그것은 이치마츠와 같은 작업원들의 일터이다.그리고,아버지와 어머니가 정육가공된 건물도 콘크리트였다.그러나 공장 밖은 오히려 목조건축물이 많이 적었다.
날이 져 어둠으로 싸인 거리를 비추는 것은 오직 가로등 뿐이었다.가끔 들리는 까마귀 소리에 움찔 몸을 떨면서 에스퍼 냥코를 찾는다.
에스퍼 냥코,어디에 있는건가,밥시간이야,어서 나와,희미한 외침은 어두운 밤속에 헛되이 사라진다.이치마츠의 작업복을 움켜쥐며,계속해서 발을 움직였다.
그 때,갑자기 누군가에게 어깨를 잡혔다.어두운 환경에 더불어 극도로 놀란 나는 뒷걸음질 치며 황급히 뒤를 돌아보고,거기에는 이치마츠와 비슷해보이는 연령의
남자 두명이 있었다.
"너,뭔가 찾고있는거야?괜찮아?"
남자 중 한명이 다리를 구부리고 물어온다.아무래도 귀신은 아닌 것 같다.나는 힘이 들어간 어깨를 툭하고 내렸다.
"에,그러니까...고양이를 찾고있다"
"고양이?어떤?"
"갈색털에,눈 주위에 안경같은 무늬가 있고..."
거지까지 말했을 때 멀리서 냐앙,하는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귀를 기울이면,다시 들려오는 고양이의 소리.
틀림없다.이 소리는 에스퍼 냥코다!
"저 쪽에 있는 것 같다!고마워,형들"
"잘됐네.이제 늦었으니까 조심해서 돌아가"
말을 걸어 준 형들에게 손을 흔들며 달려갔다.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그것이 잘못이었다.제대로 앞을 보며 걷지 않은 나의 잘못이다.
나는 눈앞의 있는 작은 돌에 발이 걸려 쿵!하며 화려한 소리를 내며 넘어졌다.까진 이마와 무릎에서 피가나오고 손바닥에 작은 찰과상이 생겼다.
방금 말을 걸어 온 형들이 황급히 달려온다.
"잠시 너,괜찮아?제대로 앞을 보고 걷지 않으면..."
나에게 손수건을 내밀면서 말하는 형들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며,손수건을 받으려던 손을 세게 잡혔다.
"너,그 카우벨...식용인간?"
형이 내 목을 가리키고 있었다.급히 목을 보면,넘어지는 바람에 작업복의 지퍼가 내려가 카우벨이 옷 밖으로 나와있었다.형이 가리킨 것은 이것이다.
나는 당황하면서 지퍼를 올려 카우벨을 숨겼다.
"아,저기,이건,그..."
뭔가의 변명을 하지않고 횡성수설하는 나를 뒤로,형들이 힘차게 일어섰다.그리고 하늘에 대고 큰소리로 외쳤다.
"어이!식용인간이 도망쳤다!"
형이 외쳤다.순간 도로변에 지어진 집들의 문이 잇달아 열렸다.방금 전까지 고요했던 밤거리가 순식간에 시끌해졌다.
"어머,정말이야,카우벨이 달려있어"
"엄마!나 식용인간 처음봤어!"
"공장의 녀석들은 대체 뭘 하는거야.어서 경찰에 연락해!"
"싫엇,이쪽 보지마 더러워"
본 적 없는 여러 인간의 시선과 목소리가 내 몸에 박혔다.모두가 일제히 시끄럽게 떠들고있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알아차린 것이 있었다.
나는 여기에 있어선 안 된다.
덜덜떨리는 몸을 어떻게든 움직여,나는 달리기 시작했다.어디로 가야될지 모르겠어,모르겠지만,여기서 도망치지 않으면 안 된다.나는 여기게 있으면 안 된다.
더러운,식용인간이니까.
방금까지 상냥한 목소리로 나를 걱정했던 형들이 나를 뒤쫓아 온다.내가 식용인간이라고 밝혀진 순간,그들은 공기가 바뀌었다.그들에게 나는
고양이를 찾는 어린이에서 공장을 탈주한 가축으로 바뀐 것이다.
거기 멈춰 식용인간,공장으로 다시 들어와!
뒤에서 형들의 외침이 들린다.나는 정신없이 밤거리를 달렸다.
side:이치마츠
"어이 경비실!식용인간 한마리가 탈주한 것 같아.대체 뭘 하고 있는거야!"
슬슬 돌아갈 준비를 하던 중,갑자기 경비실에 경찰관이 찾아왔다.동료와 눈을 마주봤다.
"아니 저,아무도 도망치지 않았습니다만..."
모니터를 다시 봐도,오늘도 식용인간들은 행복한 일상을 구가하고 아무도 도망치지 않았다.혹시 도망을 쳤다하여도 그들이 철문을 넘는 순간
공장 안에 경보가 울리고,게다가 공장 안에 설치된 감시카메라를 뚫고 탈출하는 것 등 도망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시치미 떼지 마!아까 아카츠카구에서 어린아이의 식용인간 목격정보가 있었어"
"...어린아이의 식용인간?"
가슴이 철렁했다.왠지 싫은 예감이 든다.
"...그 식용인간의 특징은?"
"특징?나이는 열두살에서 열다섯살 정도에,마른체형의 소년,작업복 같은 옷을 입고 카우벨을 숨기는듯 하다더군"
열 다섯살 정도의 소년,마른체형,작업복...
설마...
*
그 곳은 공원이었다.나의 집에서도 공장에서도 꽤 떨어진 곳에 있는 작은 공원.미끄럼틀에 모래밭에,이 세대에는 드문 토관.그 토관 속에서 아이의 훌쩍임이 들렸다.
"카라마츠"
토관을 향해서 소리를 내자 훌쩍이는 소리가 그쳤다.이어서,거칠어진 숨소리와,고양이의 목소리.나는 무릎을 숙이고 앉아 토관 속에 손을 뻗었다.
"카라마츠,나야.이치마츠야"
토관 속에는 에스퍼 냥코를 끌어안은 카라마츠가 있었다.어둠 속에서도 보일정도로 덜덜떨며,좀처럼 밖으로 나오려 하지않아 나는 가급적 겁을 먹지 않도록 계속해서 손을 내밀고 말을 걸었다.
"마중이 늦어서 미안.그치만 너 굉장히 멀리왔는걸.덕분에 벌써 새벽이야"
"나,나를,공장에,데려갈건,가...?"
흐느끼면서 카라마츠가 묻는다.공장으로 데려간다니,이런 대사가 카라마츠에게서 튀어나왔다는 것은 분명 인간인 누군가가 이 녀석에게 가르친것일까
"가족을 공장에 데려가진 않잖아"
그러니까 자,이리와
그러자,카라마츠는 겨우 토관 속에서 손을 뻗었다.그 손을 잡아 토관 안에서 끌어내.진흙과 상처 투성이의 몸을 들어 그대로 껴안았다.
"안 돼.이치마츠,나,더러워"
"진흙정도 별로 괜찮잖아"
"괜찮지 않아.나는 식용인간이니까,더럽다고..."
천천히 말을 꺼내는 카라마츠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아침노을이 비춰진 카라마츠의 얼굴은 찰과상,베인상처와 눈물로 얼룩졌다,
"그런 말 누가 했어?"
"모르는 사람들..."
"모르는 사람과 내 말,어느 쪽을 믿을래?"
"...이치마츠"
그럼 됐어.그렇게 말하고 팔에 힘을 줬다.그러면,그것에 답하듯 카라마츠의 팔이 내 목에 감겼다.
"이치마츠,이치마츠.저기 나,이상해"
"어디가 이상해?"
"나는 식용인간이니까.사실 여기에 있으면 안 돼.모두가 말하는게 맞아.나는 음식이니까 인간과 같은 장소에 있으면 안 돼.공장에 돌아가지 않으면 안 돼."
"...카라마츠는 공장에 돌아가고 싶어?"
"아냐,아니야,반대야.공장에 돌아가기 싫어.이치마츠와 헤어지게 되는 건 싫어.게다가,나,"
카라마츠의 목소리가 조금씩 끊긴다.나는 흐느끼는 카라마츠의 등을 최대한 상냥하게 쓰다듬고,그가 스스로 말을 할때까지 기다렸다.
"나,나,"
카라마츠가 얼굴을 들었다.목덜미의 카우벨이 딸랑,하며 소리를 냈다.
"나,먹히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식용인간인데,먹히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버렸어.먹혀버리면,이제 이치마츠를 못보게 된다고 생각하면,싫어서,무서워서.그치만 이런 생각
하면 안 되는데"
귀를 의심했다.지금,카라마츠는,뭐라고 말한거지?
"에,에,카라마츠.지금 뭐라고,"
"먹히,먹히고 싶지않다고,생각해서,그래도 그런거 안 되는데...,"
카라마츠의 말은 거기서 끊겼다.당연하다.내가 온 힘을 다해 끌어안았으니,목소리가 나올 리 없다.나와 카라마츠 사이에 낀 에스퍼 냥코가 괴로운 듯 목소리를 높였다.
"겨우,겨우 말해줬구나,카라마츠"
"에,무,무슨,"
"먹히기 싫다고"
나는 지금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걸까.아마 한심할 정도로 눈썹을 내리고,이 공원이 가라앉아 버릴 정도로 눈물은 물론 콧물도 흘렸다.
분명 상당히 비참한 얼굴이 되었다고 생각하지만,상관없다.어찌됐든 좋아.왜냐면 지금 카라마츠는 말했다.먹히기 싫다고,먹히기 싫다고!
"카라마츠.고마워.먹히기 싫다고 말해줘서."
"...헤?고,고마워...?어,어째서..."
마음 어딘가에서 멀게 느낀 카라마츠가,드디어 내 팔안에 내려왔다.먹히고 싶지않다고 말해줬다.살고싶다고,생각해줬다.
"...난 말야,네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너를 소중해하고,좋아하고있어.그런 네가 자신의 목숨을 생각하지 않는 것,정말,정말로 힘들었어."
"이치마츠..."
"그렇지만 지금 너는 먹히기 싫다고 말했어.그것은 살고싶다는 거야.죽고 싶지 않다는 거야.그렇지,카라마츠"
겨우 진정된 카라마츠의 눈에 다시 눈물이 일었다.그 눈가에 살짝 입을 맞추고 미소를 지었다.
"저기,한번 더 카라마츠의 입으로 들려줘.너는,어떻게 하고 싶어?
"나,나는"
카라마츠는 크게 입을 벌렸다.
"먹히고 싶지 않아.너와 함께 살아가고 싶어,이치마츠...!"
아침노을이 비치는 공원에,카라마츠의 울음소리가 메아리쳤다.
일흔째 날
『얼마 전 공장에서 탈출한 식용인간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고,현재도 수사가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뭔가 정보를 알고계신 분은 경찰서로──』
지금 세상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식용인간의 탈출소식.연일 방송에서 보도되는 그것은 아직 해결의 실마리가 잡히지 않는 것 같다.
칫솔을 물면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으면 등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자,이치마츠!밥 식어 버리니까 얼른 먹어!"
돌아보자 거기에는 앞치마를 입은 카라마츠가 우뚝 서있었다.탁자 위에는 두 사람 몫의 아침 밥이 나란히 있었다.쌀밥과 된장 국과 어제 먹다 남은 감자조림.
"이거 어제 먹다 남았던 거 잖아.부실해"
"남았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자,불평하지말고 어서 먹어!"
그렇게 말하고 탁자에 앉은 카라마츠의 목덜미에는 이제 그 카우벨은 없었다.드러난 가늘고 흰 목에 묘한 열을 느끼고,나는 카라마츠의 맞은편에 앉았다.
탁자 위에는 아침밥.앞은 카우벨을 뗀 카라마츠.베란다에는 널어놓은 세탁물이 흔들리고 있었다.
우리는 오늘도 여기서 살고있다.
"그럼 두 손을 모으고"
"잘 먹겠습니다!"